꼭 필요하다고 믿었던 육아용품들, 정말 없으면 안 되는 것인지 직접 일주일 동안 살아보며 확인해 보았습니다.

육아템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왜 계속 사게 될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들은 수많은 육아용품 목록을 마주하게 됩니다. 출산 준비물 체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목록들을 보면 적게는 수십 가지, 많게는 백 가지가 넘는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바운서, 젖병 소독기, 전동 유축기, 아기 체온계, 공기청정기, 속싸개, 겉싸개, 신생아 전용 세탁기, 유아 식탁의자, 보행기, 점퍼루, 아기 욕조, 물티슈 워머까지 끝이 없습니다. 처음 아이를 갖는 부모라면 이 목록을 보며 이것들이 모두 필요한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준비를 잘 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육아용품 시장은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 문구들이 넘쳐납니다. 이것 없으면 후회한다거나 육아가 편해지는 필수템이라는 말들이 SNS와 육아 커뮤니티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정보들을 접한 부모들은 혹시 내 아이만 불편하게 자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지갑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이 쌓이다 보면 아이 방은 물론이고 거실까지 육아용품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물건들 중 실제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바운서는 세 달도 채 쓰지 못하고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수만 원을 주고 구입한 젖병 소독기는 냄비에 삶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야 그때 그걸 살 필요가 없었는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언제나 돈을 쓴 다음에야 찾아옵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은 이미 있는 육아용품들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거나 대체하면서 일주일을 보내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없어도 됐던 것들, 그리고 없으니 정말 힘들었던 것들
일주일 동안 주요 육아템들을 하나씩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젖병 소독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냄비에 물을 끓여 5분에서 10분 정도 삶는 방식으로 대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독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별도의 기계를 세척하고 관리하는 수고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익숙해지니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젖병 소독기가 편리한 제품인 것은 맞지만 없다고 해서 육아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물티슈 워머도 사용하지 않아 보았습니다. 특히 겨울에 차가운 물티슈로 아이를 닦아주면 아이가 놀라거나 울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이들 구입하는 제품입니다. 대신 물티슈를 손으로 잠깐 감싸 체온으로 데운 뒤 사용해 보았습니다. 아이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워머가 있으면 더 편하겠지만 없다고 해서 아이가 크게 불편해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아기 욕조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대야와 주방 싱크대를 활용해 신생아를 목욕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아기 욕조는 아이의 자세를 잡아주고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어서 실제로 안전과 직결되는 도구였습니다. 이것은 없으면 정말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바운서도 없애보았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잠시 안전하게 눕혀두거나 달래는 용도로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대신 폭신한 이불을 접어 아이를 뉘이거나 직접 안아서 달래는 방식으로 대체했습니다. 물론 바운서가 없으니 부모의 팔이 훨씬 더 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 자체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바운서는 부모의 편의를 위한 도구이지 아이에게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었습니다. 반면 체온계는 단 하루도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열이 오르는 것 같아도 체온을 확인할 수 없으면 불안감이 커지고, 무엇보다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체온계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였습니다.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는 육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일주일의 실험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꽤 명확했습니다. 육아용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아이의 안전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이고, 두 번째는 부모의 편의와 심리적 안정을 위한 것들입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아이 안전에 관련된 것은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편의를 위한 것들은 가정의 상황과 육아 방식에 따라 충분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꼭 필요하다고 느낀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체온계, 아기 욕조, 기본적인 수유용품, 안전한 잠자리를 위한 침구 정도가 핵심이었습니다. 이 외의 많은 제품들은 있으면 편하지만 없다고 해서 육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가정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쌍둥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바운서가 절실히 필요할 수 있고, 직장에 복귀한 엄마에게는 전동 유축기가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필수라고 말하는 것이 나에게도 필수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육아용품을 구입하기 전에 실제로 필요한지 먼저 대여해 보거나 주변에서 빌려 써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육아용품 대여 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한두 달 사용해보고 정말 필요하면 구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용 기간이 짧은 육아용품 특성상 상태가 좋은 중고품들이 많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아낀 돈을 아이와의 경험이나 교육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육아는 물건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최신 육아용품이 아니라 부모의 따뜻한 손길과 눈맞춤이라는 사실을 이번 일주일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육아, 생각보다 충분히 가능하고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